[10월 3주] 미술계 뉴스 큐레이션

약탈해간 고려불화가 식민 잔재 ‘반도 미술’이라고?
“14세기 중엽 왜구가 약탈해 일본 규슈 가라쓰 가가미 진자에 봉안한 것이 분명한 고려 불화의 대표작 수월관음도를 표지에 인쇄한 이 도록에서 그는 고려와 조선의 불교회화를 ‘반도(半島)’를 고향으로 두고 유래한 회화’라고 썼다. 우리는 흔히 반도란 말을 지리 용어로 쓰지만 사실 이 말은 19세기 메이지유신 이래 영어의 ‘페닌슐라’(peninsula)를 한자로 번역한 말이면서 아울러 구한말과 식민지 시대 내지로 불렸던 일본 본토와 식민지 조선을 차별하는 단적인 멸칭이기도 했다. 지금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반도인’이라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호칭에 치를 떠는 것도 바로 그런 역사적 아픔 때문이다.”
"도록의 개설글 제목을 ‘반도 유래의 불교 회화…’로 기재한 것은 물론이고 8~9일 현지에서 열리는 기념 심포지엄 제목도 ‘반도유래 문물을 고찰하다’로 정하는 등 식민지 시대의 전형적인 표현을 썼다는 점이 일부 한국 연구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반도’란 말은 지난 수십년간 한일 교류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극히 조심하며 쓰지 않았던 용어란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
“그의 대표작이자 단색화 초기를 상징하는 ‘연필 묘법’ 연작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왔다. “노자, 장자를 읽고 또 읽었어요. 나는 서양 이론에 의한 화가였지, 기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요. 옛 선비들이 할 일 없어서 사군자를 친 게 아니에요. 정쟁으로 피폐해진 자아를 다스리기 위해 글씨를 쓰고 난을 친 겁니다.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맑게 걸러져요. 그런 세계관으로 나를 비워내야 한다는 것까지는 다가갔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었어요.””

유홍준 교수가 추천하는 꼭 가봐야 할 문화유산 7
- 서울 창덕궁
- 설악산 선림원터
- 영주 부석사
- 안동 병산서원
- 경주 불국사
- 담양 소쇄원
- 한라산 영실


폐허와 포옹한 폴란드의 르네상스맨,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2005년 2월 21일 늦은 밤,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오는 시신 한 구를 본 주민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유명한 독거노인이 살해된 것이다. 체포된 범인들의 신원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노인을 돌보던 간병인의 19세 아들과 그의 16세 사촌이었다. 노인에게 100달러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말다툼이 났고, 급기야 이 어린 사내들은 무려 17차례나 노인을 칼로 찔렀다. 7년 전 사랑하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떴고, 이듬해 약물로 자살한 아들의 시신을 수습했던 노인. 그가 겨우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던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처럼 지독하게 비통하고 처참한 죽음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도 말했다. 참담하고 슬프지만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예술가였다고. 그의 이름은 즈지스와프 벡신스키(Zdzisław Beksiński·1929~2005)다.”

‘역대 최고가’ 세잔 작품의 가치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세잔 작품의 좋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아름다움과 갈라선다. 그의 작품은 대상의 재현이라는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소묘와 색칠이라는 회화의 형식마저 전복했다. 기존 회화 개념으로 세잔 작품을 보면 당연히 당황하고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 대신 개념이라는 필터가 사라진 그의 화폭 위 세상은 기대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충만하다. 아쉽게도 이는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감각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