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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보게 해주다.

이장훈
이장훈
- 4분 걸림 -

어제(8/16)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를 새로 시작했다. 미술사 강의를 할 때는 언제나 첫 시간에 미술사란 무엇인가,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관점,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 먼저 언급한다. 이를 알고 공부를 하는 게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나서 진도를 나가는데 오늘 아침에 한 수강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미술사라는 학문의 효용성, 사회적 기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학문이 꼭 실용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의미있는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서인지 원론적이고 그래서 더 어려운 질문이지만 평소 생각으로 답을 할 수 있었다.

여러 상념이 얽혀있는 답이지만 요약하자면 “볼 수 있는 것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줄 아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문학의 다른 분과처럼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배움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Édouard Manet, <A Bunch of Asparagus>, 1880, Oil on canvas, 46x55, Wallraf-Richartz-Museum & Fondation Corboud, Cologne, Germany
"예술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면 이는 그 예술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中 -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사랑, 자연, 돈, 정치 등 사람을 둘러싼 여러 요소들을 마주할 때 의연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미술 작품 감상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한 예로 식재료에 불과했던 아스파라거스를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섬세한 시선으로 세부를 묘사하고 특유의 빛깔을 살려내자 사람들이 아스파라거스의 조용한 매력에 이목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을 들었다. 이처럼 미술 작품은 너무 사소하여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던 것을 다시 주목하고 그동안 간과해왔던 매력을 발견하는 힘을 기르게끔 도와준다.

만약 미술작품을 통해 숨은 매력을 찾고 상대에 대한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마네의 작품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을 관조하는 게 좋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사소해 보일지라도 다르게 바라봄으로써 매력을 찾을 수 있고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무명의 작가가 만든 공예품이나 민화를 꼽을 수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예품을 예술작품이라 여긴채 보고 있으면 선과 면의 이상적인 분할, 포인트로 삽입한 문양의 멋, 길상성 등을 고루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제작한 지역과 시대마다 다른 개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때는 정말 “볼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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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History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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