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 난항 중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 전시를 준비하다가 난항 중인가 봅니다. 본래 9월에 개막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추후 일정 안내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로 태풍 힌남노 피해 때문에 보수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들었지만 이게 문제의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부산시립미술관장이 “다카시 측이 국제적 기준의 항습 조건을 다시 요구해왔는데, 시립미술관은 지어질 때부터 제대로 된 항습시설을 갖추지 못해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처지”라고 했다는데 조금 의아스럽긴 합니다. 국내 박물관, 미술관끼리도 작품을 대여할 때는 항온항습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철저하게 지키거든요.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작품을 대여할 때도 사전에 그쪽 직원들이 와서 온습도를 체크한 다음에 대여 허가를 내준 적도 있죠. 그런데 학예사 출신 베테랑인 관장님이 전시 추진에 앞서 왜 이걸 놓쳤을까 안타깝습니다.
이런 계약 관계, 전시실 컨디션 등을 더 세밀하게 따지는 게 당연한 외국의 유명 작가 전시인데 조금 안일하게 추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결국 전시 개최가 무산되어도 작품 보험비, 재포장 및 보관비로 모두 약 1억원의 예산을 써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계약한 작품 운송 및 설치 용역비 약 5억원도 어떻게 처리될지도 불투명하고요. 아마 천재지변을 사유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최대한 깎으려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일을 볼 때마다 기본을 잊지 말자는 생각이 듭니다. 멋있는 전시 연출보단 작품과 사람 보호가 우선이 되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