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었던 적이 있다. 우연히 접한 <도쿄 매그니튜드 8.0>이란 작품을 볼 때였다. 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도쿄 매그니튜드 8.0>은 지구 종말, 좀비물 같은 아포칼립스 장르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접하자마자 관심이 갔다.
영화나 음악을 들으며 크게 감동을 받는 편은 아니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도 덤덤하게 그 순간을 즐기는 수준으로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 긴장되고 무서워해야 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이를 촬영하고 있는 스텝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라 작품에 푹 빠져들지 못한다. 슬픈 장면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깨고 내 마음에 ‘훅’하고 들어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래서 평소에는 곱씹어보며 감탄하고 ‘이래서 그랬구나’, ‘이 장면은 이런 의미구나’라는 생각을 유도해주는, 영화 <봄날은 간다>같은 담백한 작품을 좋아한다.
<도쿄 매그니튜드 8.0>은 일상 모든 것에 불만투성이인 사춘기 고등학생 미라이가 주인공이다. 미라이는 일이 생긴 부모님 대신 귀찮기만 한 존재였던 동생을 데리고 오다이바에 건담 전시회를 보러갔다가 대지진을 겪게 된다. 도쿄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대지진에서 겨우 살아남은 남매가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2009년 개봉작인 이 작품을 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봤다. 아마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봤기 때문에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