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About
  • Art News
  • Exhibition
  • Art History
  • Book
  • 로그인

도널드 저드 재단, 국제갤러리에 17만달러 소송을 제기하다.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도널드 저드, <무제>, 1992(via 국제갤러리)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의 재단이 작품을 위탁했던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를 상대로 17만 달러(한화 약 2억 4천만원)의 배상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국제갤러리는 2018년에 반납을 했는데 재단이 살펴보니 지문 얼룩 자국이 있었고 보수가 어려울 정도로 변질되어 판매가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게 재단측의 주장입니다.

재단이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에 위탁 대여할 때 책정한 작품가격이 85만 달러였는데 이중 68만 달러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았고 남은 17만 달러를 보상해달라는 게 이 소송의 요지입니다. 부서진 것도 아니고 지문 묻은 정도 가지고 과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도 하지만 사실 지문은 작품 훼손의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입니다.

작품을 컨트롤할 때는 회화작품의 화면은 물론이고 작품의 프레임에도 지문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죠. 더구나 도널드 저드의 작품은 금속제품이어서 사람의 땀에 포함되어 있는 산성 때문에 현대작품 뿐만 아니라 금속, 목재로 만든 고미술품을 만질 때도 반드시 장갑을 껴야 합니다. 유리막이 형성되어 있는 도자기는 맨손으로 만져야 하고요. 장갑을 낀 채 만지면 많이 미끄러우니까요.

더욱이 1960~1970년대의 미니멀리즘의 의미를 생각하면 작품에 지문이 묻은 것은 아주 큰 사고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개성적인 표현, 감정 등 작품을 둘러싼 모든 제반 요소를 제거하는 데 목표를 둔 미술사조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순수성을 추구하게 되고 심지어 작품 제목도 순수성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될까봐 <무제>라고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의 재료 역시 재료가 지닌 본래의 성질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고, 그 외에 감상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는 모두 제거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금속으로 만든 도널드 저드의 저 작품에 지문이 묻어 변질됐다는 것은 작품의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되지요.

도널드 저드 전시 / 국제갤러리(via 국제갤러리)

이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앞으로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나 미술관의 전시 방식에 변화를 줘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최근 들어서 작품 감상 그 자체를 유도한다기 보다 공간의 체험을 중요시 여기는 풍토가 생겨서 작품이 위태로워 보일 때가 많았거든요. 작품을 공간 체험의 부속물로 삼으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위의 사진은 사진을 찍느라 보호 설비를 치운 것 같지만 실제 전시에서 가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 걸 저렇게 놔둬도 안불안한가’라는 생각이 들어 의아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전시를 준비할 때 어린애가 와서 뛰어놀아도 안전할 정도를 목표로 삼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전시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아쉽지만 포기할 때도 많죠. 그렇게 하면 멋지긴 하겠지만 작품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면 안하거든요. 이게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과감하게 노출시켜서 보기에는 멋지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취약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송건의 결과와 이후 갤러리, 미술관들의 전시 준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Art News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이 달의 무료 콘텐츠를 모두 읽으셨어요 😭

구독하시면 갯수 제한 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