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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장훈
이장훈
- 7분 걸림 -

진흥원에 있을 때 공예 관련 해외 아트페어에 직접 참가하거나 참가하는 갤러리들을 지원해주는 일을 했다. 2021년에는 해외 미술시장에서 소개하면 좋을 작품을 선정해서 키아프에 참가한 후에 이어서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페어에 나가는 일을 담당했다. 이를 위해 작품을 선정하고 페어 전시를 기획해주실 감독님과 큐레이터를 모셨다.

한창 코로나19의 유행이 극심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외국에 나가는 문 자체가 막힌 터라 우여곡절이 상당했다.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이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분들과 의기투합이 되었고 덕분에 추억도 많이 생겼다.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중이시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간간이 안부를 주고 받고 있다.

지난 4월 7일부터 열흘간 광화문 세종미술관에서 《LALA 페어》가 열렸다. 이 페어는 ‘Living Antique & Living Art’의 약자로 고미술 공예품 중심의 아트페어다. 언론을 통해 이 페어가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적잖이 놀랐다. 페어 자체에 대한 감탄은 아니었고 재작년에 퇴사를 결심할 때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키아프 같은 규모의 고미술 아트페어를 주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역시 남도 하는구나’, ‘사람 생각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고미술 아트페어를 열면 어떨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을 갖고 있어서 이 페어에 관심이 생겼다.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어떤 갤러리들이 참가했는지, 어떤 작품들이 나왔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등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아 보였다. 마침 2021년에 키아프 참가를 위해 함께 일했던 큐레이터가 이 페어의 특별관 전시를 기획했다고 하여 축하도 전할 겸 방문하게 되었다.

큐레이터가 기획한 특별관 전시는 기대한 대로 전시를 보는 맛이 좋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한정된 공간에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적절히 구분했고 작품들이 공간에 무난하게 녹아들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이 생기게 되는데 이 큐레이터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요즘 간결함을 추구하는 공예 전시 연출의 트렌드와 부합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페어의 핵심 역할인 갤러리 부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페어 서문에 밝힌 대로 “일상에서 고미술을 즐길 수 있음을 알리고자”라는 목적과 거리가 먼 부스들이 많았다. 페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물을 집으로 들이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왜 구매해야 하는지 등을 쇼룸의 형태로 보여줘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이를 보여주고자 노력한 갤러리도 있는 반면, 특별한 전략없이 갖고 있는 유물을 그대로 갖고 와서 좌판을 펼치듯 늘어놓은 갤러리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어의 전반적인 모습은 풍물시장 같아 보였다. 풍물시장의 형태가 꼭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풍물시장은 풍물시장만의 매력이 있다. 예를 들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옛 물건들 속에서 내가 원했던 것, 추억이 담긴 귀한 것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반면 페어는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는 쇼케이스같은 장이 되어야 한다. 부스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작품을 선정하는 전략(주로 어떤 고객이 오는지 등을 고려하여)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의 부재가 아쉬웠고, 무엇보다 유물의 수가 너무 많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봐야 하는지 헤맬 수밖에 없었다.

고미술 거래는 오래전부터 주로 인맥으로 이루어져 왔다. 오래된 신용을 바탕으로 박물관과 고미술상, 개인 컬렉터와 고미술상이 거래를 한다. 물론 박물관에서는 보다 체계적으로,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국공립을 중심으로 유물 수집 기간을 공고한 후에 심사를 거쳐 수집하는 일이 늘어나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립박물관들은 오래 전부터 거래해왔던 고미술상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유물을 구매하고 있다. 개인 컬렉터도 마찬가지다. 즉, 고미술 매매는 요즘의 현대미술 아트페어처럼 쇼핑하듯 둘러보다가 이루어지는 것보다 내밀한 인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했을 때 세종미술관에서 이번 페어만의 특별한 컨셉과 작품 선정의 기준없이 고미술 작품을 늘어놓듯 선보이는 건 매출 측면에서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인사동에서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LALA 페어》는 2019년 처음 개최하고 이번이 2회째다.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스에 참가할 갤러리들을 모집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특별관 전시를 포함시키고, 국립부여박물관과 협업하여 <백제금동대향로>를 페어의 아이콘으로 내세우는 등 참신한 기획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페어의 성과 측정이 어떻게 나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프리즈 마스터스》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고미술 페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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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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