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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산을 이해하려면 때로는 옆 산에 올라가 볼 때도 필요하다.” 일본미술사를 전공한 내가 나의 공부에 의미를 부여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외부의 시각으로 볼 때 내부자가 못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믿는다.

반대로 내부자가 아니기에 자료 접근성, 내부자들끼리의 교류 등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기에 약점도 많다. 그래서 늘 외부자의 입장에서 연구를 지속하려면 어떤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학계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미술 : 19세기부터 현재까지』를 쓴 샬롯 홀릭 SOAS 교수는 한국미술사학계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언젠가 한국미술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많은 한국 학자들과 무척 친밀하게 대하는 것을 보며 외국인이 한국미술사를 연구할 때 자료 확보와 같은 어려움은 좀 덜하셨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은 기존의 한국근현대미술사 관련 책과 서술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 기존 책들은 대개 시대순으로 가되 장르별, 미술사조별로 챕터를 구분해놓아 유려하게 미술의 ‘역사’를 읽어나가는 게 아니라 암기용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1950년대는 한국전쟁의 발발이 있었고 전후를 복구해가던 어려운 시대였다. 그리고 이때 추상미술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은 누구고, 특징은 뭐고…”라는 식이다. 마치 미술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이 있으나 마나한 악세사리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의무적으로 앞 단에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들 때가 많다.

미술사 연구를 할 때 미술사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론이 필요하고, 때로는 시대와 사상의 종속에서 떼어놓고 작품의 아름다움만을 논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미술사는 미술의 ‘역사’인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특히 개설서라면 사회문화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과 시대적 상황을 잘 배합하여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시리즈다.

샬롯 홀릭 교수의 『한국 미술 : 19세기부터 현재까지』는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의 한국미술을 역사책처럼 미술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서술한 책이다. 외부자이기에 내부자라면 응당 갖게 되는 어떤 이해관계나 이념, 선입견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할 수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근현대 한국미술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작품들과의 연결이 유려하고 충실하기 때문에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기초를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p. 208
추상미술의 공식적인 수용은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 정부 수립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변화에 대한 추상화가들의 요구와 기성 체제에 대한 비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구시대적인 정치 체제를 개혁하려는 군부 정권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다. 앵포르멜은 새로운 세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박정희의 비전과 잘 들어맞아서, 새롭고 현대적인 한국을 가리키는 은유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1963년 국전에 대해 ‘급변하는 20세기에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미술가들을 위한 자리를 제공’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전시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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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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