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About
  • Art News
  • Exhibition
  • Art History
  • Book
  • 로그인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박이소 역(현실문화, 2022)

이장훈
이장훈
- 6분 걸림 -

나는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그러하듯 이유없이 나를 험담하거나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멀리하지만, 반대로 특별한 이유없이 내 역량보다 더욱 과장해서 남들에게 나를 칭찬하거나 좋아해주는 사람도 거리를 두는 편이다.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금세 나를 좋게 봐준다는 것은 쉽게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칭찬을 들은 누군가가 직접 나를 접했을 때 들은 것보다 못하다며 실망할 수도 있기에 험담 못지 않게 과장된 칭찬 역시 실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봐주는 사람이 편하고 좋다.

미술 역시 이같은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최대한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미술도 인간활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고결하게, 위대하게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기억하고 칭송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어디에 있으며, 그저 습관적으로 그린 부분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작가 역시 특별한 위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어 보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미술을 바라보게 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미술은 근대(modern era)-지난 200년간-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물품들은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미술’은 근대 이후에 들어와 신격화가 덧입혀진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종교시설의 장식품, 일상 그릇, 장례용 도구 등 특정 목적을 가진 물건이었던 것을 현대에 이르러 마치 숭배하듯 대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전미술은 동아시아의 문인화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어떤 고차원의 사고 끝에 현형되어 나온 ‘작품’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B.C. 25000-20000(via ORF)

서양미술사 개설서는 대부분 라스코 동굴벽화와 함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당시 미인상을 보여준다거나 다산 및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성이 담겨있다고 해석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조각상은 물론 특별히 중요한 물건이었을테지만 그저 수많은 상 중 하나 혹은 흔한 일상용품이었을 가능성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이 작품을 하나의 예술로 대하는 것은 속단이며,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오랜 세월을 무시하는 것이라고까지 강조했다.

미술작품을 예술로만 대하고, 미술가를 천재성을 발휘한 인물로만 보는 관점의 기저에는 미술을 ‘창조’하는 것으로 여기는 생각이 위치해있다. 이러한 시각을 기본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보고 즐기는 일종의 취미라는 게 생겨났다. 이러한 고상한 취미는 계층 구분의 기준 중 하나이며,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택한 수단이기도 하다. 즉 미술 감상 및 수집을 취미로 삼고자 하는 욕망은 그 취미가 고상하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미술이 단순 수작업이 아니라 창조된 것이라는 생각을 낳게 되었다. 고차원의 창조성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성립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술에 대한 선입견, 근대에 이르러 형성된 신화화, 점점 종교시설처럼 변하고 있는 박물관의 정체성과 역사,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다양한 미술사적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서양미술사 개설서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겐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중에 보면 좋을 책 정도로 인식되곤 하지만 이 책은 강하고 명료하게 “이것이 미술이다”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미술사 전공자는 물론, 미술품 구매, 감상 취미를 가지려는 입문자 모두가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이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Book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이 달의 무료 콘텐츠를 모두 읽으셨어요 😭

구독하시면 갯수 제한 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