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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우리는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개념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1, 스테이지2처럼 인식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스가 끝나면 로마, 그리고 중세, 르네상스 이렇게 외우고 있듯이 시대를 뭉텅이로 잘라서 공부합니다. 그리스의 특징은 이러이러하고, 인상주의의 특징은 저러하다는 식으로 수학 개념 외우듯 공부하죠.

이런 방식의 공부 역시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이렇게 공부해야 된다고 보는데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공부입니다. 시간은 그 어느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페이스로 흘러왔고 사람은 그 흐름에 계속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술은 세월의 흐름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남긴 흔적입니다.

미술사를 강의할 때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1392년에 조선이 개국했다고 해서 당시 사람들이 “자. 오늘부터 조선이야. 그러니까 고려 청자는 버리고 새시대에 걸맞게 백자를 만들자!”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특정 사건이 영향을 크게 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늘 해오던 방식대로 하되 서서히 변화를 주었을 것이고 그 가운데 새로운 분청사기, 백자가 나왔다는 점을 이해해야 비로소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해의 기반이 갖춰진 후에 시대별 특징을 공부하면 훨씬 와닿고 생각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하게 수학 공식 외우는 것처럼 여겨져서 재미도 없고 골치만 아파지죠.

미술사의 학문적 역할도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 작품의 특징을 분석할 때 항상 ‘사람이니까'를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풀릴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조선 초기에 유행한 분청사기의 여러 기법과 형태들이 왜 고려 청자를 닮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고려 청자를 만들던 방식이 아직 생생한 상태에서 분청사기를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고려 청자를 만드는 방식을 잘 알고 있는데 새나라 조선이 개국했다고 해서 굳이 버릴 필요는 없었을테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백자와 그에 걸맞는 새로운 기법이 나오게 된 겁니다.

또 다른 예로 A라는 화가와 B라는 화가가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면, 단편적으로 보아 둘이 교유관계를 맺었고 그래서 둘 사이의 영향관계가 있다고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일이라는 게 어디 그렇던가요. 정말 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사회 생활 차원에서 싫어하지만 만나서 술 한 잔 했을 수도 있습니다. 속으로 서로의 그림에 대해 무시하고 있었을 수도 있죠. 만약 그렇다면 문헌 기록은 참고만 하고 더욱 철저하게 작품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을 행하거나 아니면 A화가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화가와 내가 거의 동화될 정도로 일기부터 모든 기록을 찾아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해야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보다 깊고 합리적인 분석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학문은 결국 인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이 있고 학문은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향상성을 지닌 유일한 존재라고 배웠는데 가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임할 때가 생깁니다. 이럴 때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죠. 이럴 때일수록 잠깐 멈춰서 ‘나는 왜 OO를 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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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History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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