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하기 위한 노력




작품을 보기 전에 공부를 하면 하는만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을 보며 감동할 수 있는 것도 축구의 기본 규칙과 16강에 올라가기 위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죠.
2주 전에 다녀온 <대만 아트투어>를 가기 전에 <중국미술사 특강> 시간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릴적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공부하지 않으면 자주 말씀하셨던 "책가방 운전수"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ㅎㅎ
다행히 기대했던대로 많은 분들과 함께 공부하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훑어보고 가니 강의에서 했던 내용과 결부시켜 현지에서 대화를 나눌 때 바로 통해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고가 수고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을테지요. 막연한 감정은 휘발성이 높아 좋아하는 감정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 실체에 다가가야 합니다.
저는 미술작품 자체를 좋아해서 미술사를 전공한 것은 아닙니다. 미술사에서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늘 머뭇거리죠. 그럼에도 미술사를 전공하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는 이유는 미술사를 매개로 당시의 역사, 철학, 문학을 알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어떤 대상을 분석하고 추정을 확신으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합니다.
강의를 할 때 제 이런 경험을 공유하려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을 모시는 특강을 기획할 때도 제가 존경하고, 논문을 자주 참고하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합니다. 제가 논문을 쓰다가 막히면 이 선생님은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논지를 전개시키셨는지, 작품의 어떤 부분을 주목하셨는지를 참고합니다.
다음 주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사 특강>을 시작하는데 강의를 해주실 선생님들 모두 각 분야에서 열심히 논문쓰고 연구하시는 분들입니다. 근현대미술사에 대한 지식 전달은 물론, 선생님들께서 연구를 하면서 했던 고민과 근현대미술사에 대한 관점을 프라이빗(?)하게 전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