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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벤 윌슨(매일경제신문사, 2021)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로 길거리 음식의 변천과정도 포함된다. 예전 서울에서는 떡볶이, 어묵, 군고구마, 계란빵이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었다. 지금은 명동에 가면 랍스터까지 파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길거리 음식이 많다. 길거리 음식이 값싸게 배를 채우는 개념에서 명동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바뀐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주의, 세계시민주의를 의미하는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현재 고향에서 누리던 것을 다른 도시에 가서도 똑같이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지역과 문화 수준이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아침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시고,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는 패턴을 뉴욕에 건너가서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점. 이 개념이 바로 코스모폴리탄이며 그 기원은 알렉산더왕의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 건설에 있다. 알렉산더가 정복한 지역의 화평을 위해 그리스 문화와의 결합을 시도한 건데 이로써 그리스인들은 타지역에 가도 그들이 본래 행했던 생활양식을 그대로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도시의 변천과정, 도시문화에 대해 알면 그 시대 역사의 핵심을 관통하며 이해할 수 있다. 벤 윌슨의 『메트로폴리스』는 당시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키워드를 선정하여 도시와 문명에 대한 논지를 전개시켰다. 예를 들어 거대 제국의 수도이자 다양한 욕망의 집결지였던 로마 부분에서는 목욕탕을 키워드로 삼아 도시화, 문명화 과정을 소개한 것을 들 수 있다.

19세기 런던 부분에서는 피쉬 앤 칩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본래 런던에서는 굴이 값싼 길거리 음식으로 소비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도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 굴 양식장의 생산이 소비를 따라갈 수 없게 되면서 굴은 귀한 음식이 되었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 유대인이 만든 피쉬 앤 칩스였다. 저자는 피쉬 앤 칩스가 노동자 계급의 대표적인 포장 음식으로 자리하다가 이후에는 여러 국가 출신의 이주민들에 의해 애호 식품으로 변모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난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도시들의 현 상황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는 역사 개설서의 형식으로 고대부터 현재까지 대표적인 도시를 소개했다.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우루크, 지중해의 아테네와 로마, 이슬람 초기 동서문화의 교차로였던 바그다드, 처음 동양에 눈을 돌리던 시절의 리스본과 암스테르담, 해가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시절의 런던,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던 맨체스터와 시카고, 파리지앵이 곧 인상주의 화가였던 파리, 배트맨과 슈퍼맨이 활강하던 뉴욕 등 시간순대로 역사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도시들을 담았다.

광고인들은 광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다가 막히면 백화점, 대형 슈퍼 등을 산책할 때가 있다. 사람들의 소비 형태에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마치 그 시절 도시에 살았던 광고인처럼 당시 도시의 트렌드를 흥미롭게 소개해준다.

"알면 진정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제대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이는 한낱 모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는 말이 있다. 정조연간 유한준(1732-1811)이 당대 최고의 컬렉터였던 김광국의 화첩(『석농화원』)에 써준 문장이다. 『메트로폴리스』를 읽으면 도시가 단순히 거주하는 지역의 형태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읽어내면 좋은지 관점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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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