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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미술사의 역할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미술사와 나』라는 책입니다. 2004년엔가 구매한 책인데 지금도 간간히 들춰보곤 합니다. 미술사학자들의 학문과 관련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술사와 나』라는 책입니다. 2004년엔가 구매한 책인데 지금도 간간히 들춰보곤 합니다. 미술사학자들의 학문과 관련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술사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전공을 활용하여 실용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아주 적은 편입니다. 학자들이 학위과정을 마친 후에 사업을 하거나 정관계에 진출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공부한 것을 아이템으로 삼아 스타트업을 차리거나 컨설턴트가 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정치를 하거나 고위 관직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미술사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미술사 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전반적으로 이러합니다. 그나마 관련성이 깊다고 할 수 있는 전시기획사조차 미술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운영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고, 아니면 그만큼 학문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미술사를 전공해서 할 수 있는 일로 학교에 가서 교수(강사)를 하거나, 기관에 들어가 학예연구사(큐레이터)가 되는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공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점차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술사를 공부한 사람이 현재 활동중인 작가의 평론을 쓰는 일, 미술품 감정 및 매매 컨설턴트를 하는 일, 그리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쿨하게 잘 생각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변해야한다고 격려를 해주지만 속으로는 ‘얘는 공부 포기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꽤 보수적인 분위기입니다.

저는 이런 인식이 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뀌지 않으면 미술사라는 학문은 머지 않아 죽은 학문이 된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김홍도가 그림을 그릴 때 필묵법을 어떤 방식을 사용했고 안견과 그리는 방식이 뭐가 다른지, 백자의 문양 넣는 방식이 17세기에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현재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그저 지적 욕망을 채워주고 안목을 높여주는 것 말고는 없을 겁니다. 물론 이것도 실용성, 시장가치로 감히 재단하면 안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긴 합니다. 다만 필묵법이 뭐가 다르며 문양 넣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왜’ 알아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회화작품에 루뻬를 갖다 대서 필선의 미묘한 변화와 화가의 버릇을 잡아내고, 도자기 속에 내시경까지 넣어가면서까지 접합 방식을 알아야 하는 걸까요?

저는 그 목적이 이렇게 훈련하여 키운 능력으로 현재의 문화를 읽고 해석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명작의 아주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가며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현재 행해지고 있는 시각문화를 해석할 줄 아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비로소 미술사가 살아있는 학문으로서 존재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따금씩 미술사 속 상징이 영화 전개에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던지, 미장센이 미술사에서 차용해온 것이라던지 등을 눈치채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미술사 공부하길 잘했다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영화가 더 재밌어지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미술사가 현재의 문화를 향유하는 데 원천 소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끔 세상과 단절한 채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공부한 것을 기반으로 활동할 때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가서 무언가를 구경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지식과 나만의 취향으로 볼 수 있는 기쁨도 있습니다. 현재 유행중인 문화를 접할 때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함으로써 보다 주체적인 향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할 겁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미술사 지식을 2차 소스로 재가공하거나, 문화 향유가 보다 풍요로워지도록 기여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고요하게 보는 즐거움이 참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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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History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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