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상의 벽》 / OCI미술관
- OCI미술관(서울 종로구)에서 다음 주 토요일까지 개최하는 《완상의 벽》 전시는 OCI그룹의 창업주인 송암 이회림 회장의 고미술 소장품 전시다.
- 《완상의 벽》은 우리나라 도자기와 회화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의 완상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완상(玩賞)’이란 ‘어떤 대상을 취미로 즐기며 구경한다’는 뜻으로 ‘감상(鑑賞)’보다 적극적인 행위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 전시는 두 섹션으로 구분된다. 1부 <완상의 시대: 서가에 든 그릇들>은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공예품을 중심으로 DP한 섹션이다. 2부 <문방청완의 향수: 그릇을 그리다>는 조선 후기 문방청완* 취미의 확산과 함께 유행한 <기명절지도>와 <책가도>를 선보이고 있다.
- 1부에서 대표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은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이다. 청화백자가 크게 유행한 19세기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만자무늬(卍字文)가 그려진 도자기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자무늬가 병의 형태를 따라 사방으로 연속해 퍼지는 시문 방식은 이 작품 외에 알려진 게 없다.
- 2부의 회화 작품 중에서는 <책가도> 두 점과 장승업과 그의 제자들(장승업 → 안중식 → 변관식)이 그린 <기명절지도>가 대표작이다. 책가도와 기명절지도는 일종의 정물화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책이 주인공이냐, 공예품이 주인공이냐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둘 모두 18세기 이후 유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책가도는 정조 때 크게 유행한 그림이다. 전시에 등장한 <책가도 8폭 병풍>과 <책가도 10폭 병풍>의 차이점은 책꽂이(서가)의 유무에 있다. 책꽂이가 있는 작품이 시대가 좀 더 빠르고, 책꽂이 없이 책을 쌓아놓고 화병과 문방구를 그린 책가도는 책가도가 궁중을 넘어 민간으로 확산되던 시기, 즉 좀 더 후대의 작품이다. 19세기에는 궁중화풍의 책거리가 민화풍의 책거리로 제작되며 유행하였고 병풍의 크기는 작아진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병풍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책가가 있는 형식보다 책가가 없는 형식이 더 많이 그려졌다.
- 책가도 외에 주목할만한 작품은 기명절지도다. 기명절지도는 오원 장승업(1843-1897)이 처음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장승업부터 시작한 기명절지도 제작은 그의 제자이자 조선의 마지막 화원으로 유명한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 그리고 근대 수묵화단을 대표하는 그의 제자들까지 꾸준히 그려졌다. 중국 고대의 청동기와 사대부가 사랑한 괴석 등 옛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문인들에 의해 애호받은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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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s Note
‘문방청완(文房淸玩)’은 밝은 창, 깨끗한 책 아래에서 향을 피우고 차를 끓이며 법첩과 그림을 완상하며 좋은 벼루와 먹을 비롯한 여러 문방구를 완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은 굽 부분에 “운현궁"이라고 써있어 병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교하게 그려진 만자무늬를 볼 때 제작과정에서 실력이 좋은 화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사료로서의 역할과 수준 높은 조형성 덕분에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84호로 지정되어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과 같은 말에서 사용되는 ‘거리’는 여러가지 즉 복수의 의미를 갖는다. 책과 다양한 기물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크게 책거리의 범주에 속한다. 책장, 서가(書架)의 의미를 갖고 있는 책가가 그려진 것은 ‘책가도(冊架圖)’라고 하고, 책가 없이 한 데 모아 쌓아놓은 책들과 여러 기물을 그린 것은 ‘책거리’라고 한다.
정조는 어좌(御座) 뒤를 장식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책가도>로 교체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좋아하였으며, 책가도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를 바랐다.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된 장한종의 <책가도병풍>이 정조연간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책을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책가에 휘장을 친 독특한 형식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책가도 8폭 병풍>과 <책가도 10폭 병풍>은 책가의 유무에 따라 나뉘는 책거리의 대표적인 두 가지 경향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문방청완(文房淸玩)’은 밝은 창, 깨끗한 책 아래에서 향을 피우고 차를 끓이며 법첩과 그림을 완상하며 좋은 벼루와 먹을 비롯한 여러 문방구를 완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은 굽 부분에 “운현궁"이라고 써있어 병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교하게 그려진 만자무늬를 볼 때 제작과정에서 실력이 좋은 화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사료로서의 역할과 수준 높은 조형성 덕분에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84호로 지정되어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과 같은 말에서 사용되는 ‘거리’는 여러가지 즉 복수의 의미를 갖는다. 책과 다양한 기물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크게 책거리의 범주에 속한다. 책장, 서가(書架)의 의미를 갖고 있는 책가가 그려진 것은 ‘책가도(冊架圖)’라고 하고, 책가 없이 한 데 모아 쌓아놓은 책들과 여러 기물을 그린 것은 ‘책거리’라고 한다.
정조는 어좌(御座) 뒤를 장식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책가도>로 교체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좋아하였으며, 책가도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를 바랐다.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된 장한종의 <책가도병풍>이 정조연간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책을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책가에 휘장을 친 독특한 형식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책가도 8폭 병풍>과 <책가도 10폭 병풍>은 책가의 유무에 따라 나뉘는 책거리의 대표적인 두 가지 경향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