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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상의 벽》 / OCI미술관

이장훈
이장훈
- 5분 걸림 -
  1. OCI미술관(서울 종로구)에서 다음 주 토요일까지 개최하는 《완상의 벽》 전시는 OCI그룹의 창업주인 송암 이회림 회장의 고미술 소장품 전시다.
  2. 《완상의 벽》은 우리나라 도자기와 회화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의 완상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완상(玩賞)’이란 ‘어떤 대상을 취미로 즐기며 구경한다’는 뜻으로 ‘감상(鑑賞)’보다 적극적인 행위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3. 전시는 두 섹션으로 구분된다. 1부 <완상의 시대: 서가에 든 그릇들>은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공예품을 중심으로 DP한 섹션이다. 2부 <문방청완의 향수: 그릇을 그리다>는 조선 후기 문방청완* 취미의 확산과 함께 유행한 <기명절지도>와 <책가도>를 선보이고 있다.
  4. 1부에서 대표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은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이다. 청화백자가 크게 유행한 19세기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만자무늬(卍字文)가 그려진 도자기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자무늬가 병의 형태를 따라 사방으로 연속해 퍼지는 시문 방식은 이 작품 외에 알려진 게 없다.
  5. 2부의 회화 작품 중에서는 <책가도> 두 점과 장승업과 그의 제자들(장승업 → 안중식 → 변관식)이 그린 <기명절지도>가 대표작이다. 책가도와 기명절지도는 일종의 정물화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책이 주인공이냐, 공예품이 주인공이냐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둘 모두 18세기 이후 유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6. 책가도는 정조 때 크게 유행한 그림이다. 전시에 등장한 <책가도 8폭 병풍>과 <책가도 10폭 병풍>의 차이점은 책꽂이(서가)의 유무에 있다. 책꽂이가 있는 작품이 시대가 좀 더 빠르고, 책꽂이 없이 책을 쌓아놓고 화병과 문방구를 그린 책가도는 책가도가 궁중을 넘어 민간으로 확산되던 시기, 즉 좀 더 후대의 작품이다. 19세기에는 궁중화풍의 책거리가 민화풍의 책거리로 제작되며 유행하였고 병풍의 크기는 작아진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병풍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책가가 있는 형식보다 책가가 없는 형식이 더 많이 그려졌다.
  7. 책가도 외에 주목할만한 작품은 기명절지도다. 기명절지도는 오원 장승업(1843-1897)이 처음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장승업부터 시작한 기명절지도 제작은 그의 제자이자 조선의 마지막 화원으로 유명한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 그리고 근대 수묵화단을 대표하는 그의 제자들까지 꾸준히 그려졌다. 중국 고대의 청동기와 사대부가 사랑한 괴석 등 옛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문인들에 의해 애호받은 주제이다.
📝
Curator's Note
‘문방청완(文房淸玩)’은 밝은 창, 깨끗한 책 아래에서 향을 피우고 차를 끓이며 법첩과 그림을 완상하며 좋은 벼루와 먹을 비롯한 여러 문방구를 완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백자청화운현명만자문병>은 굽 부분에 “운현궁"이라고 써있어 병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교하게 그려진 만자무늬를 볼 때 제작과정에서 실력이 좋은 화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사료로서의 역할과 수준 높은 조형성 덕분에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84호로 지정되어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과 같은 말에서 사용되는 ‘거리’는 여러가지 즉 복수의 의미를 갖는다. 책과 다양한 기물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크게 책거리의 범주에 속한다. 책장, 서가(書架)의 의미를 갖고 있는 책가가 그려진 것은 ‘책가도(冊架圖)’라고 하고, 책가 없이 한 데 모아 쌓아놓은 책들과 여러 기물을 그린 것은 ‘책거리’라고 한다.

정조는 어좌(御座) 뒤를 장식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책가도>로 교체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좋아하였으며, 책가도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를 바랐다.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된 장한종의 <책가도병풍>이 정조연간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책을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책가에 휘장을 친 독특한 형식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책가도 8폭 병풍>과 <책가도 10폭 병풍>은 책가의 유무에 따라 나뉘는 책거리의 대표적인 두 가지 경향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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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