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옥상정원이 작품으로 바뀌는 순간




- 요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 하나 더 생겼다. 전시장은 건물 내부가 아니라 옥상이고, 작품은 그곳에서 둘러보는 풍광 그 자체다.
- 미술관 1층 내부에서 백남준(1932~2006 )의 비디오 타워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보며 원형 경사길을 따라 올라가면, 3층 옥상 탁 트인 하늘 아래 청계산과 관악산, 저수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 3층 옥상을 새롭게 가꿔 관람객에 개방했다. 지난해부터 미술관이 추진해온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한 공간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 공모에 당선된 건축가 이정훈(조호건축 대표)이 설계한 <시간의 정원>은 본래의 원형 옥상 공간에 설치한 캐노피(canopy·덮개)구조의 지름 39m의 대형 구조물이다. 선(線)으로 배열된 흰색 파이프가 벽과 지붕처럼 이어진 구조물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동선을 이끌며 연극무대처럼 '기승전결'을 완성하며 풍경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 “조망점에서 시야를 점진적으로 열어 전면의 청계산과 관악산이 극적으로 드러나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하부를 지탱하는 구조체 없이 캔틸레버(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 구조 그 자체의 긴장감으로 전면 풍광을 드러내기로 했다.”(이정훈 건축가)
- 이정훈 건축가는 "옛날 아름다운 정자 건축을 보면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주고, 올라가서야 시야를 활짝 열어주는 방식으로 풍광을 보여준다"며 "바로 한눈에 들어오게 하기보단 보일 듯 말 듯 한 경계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미술관 옥상은 두 개의 원을 품고 있다. 안으로 뚫린 원 아래 2층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바깥 둘레 원으로 주변 풍광이 보인다. '시간의 정원'은 이 밑부분을 지지하는 기둥 없이 안과 밖의 원을 팽행하게 당기며 맞잡고 지탱하는 구조다. 여기에 바깥 원은 한옥 처마선처럼 점차 올라간 형태다.
-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안과 밖의 원을 연결하는 파이프 각도를 맞추는 일이었다. 진입 부분에선 위에 있는 파이프가 직각이지만 점차 높이가 올라갈수록 각도가 틀어진다. 파이프 각도가 하나씩 다 달라지니 일일이 맞춰 재단해야 하고 용접 시공이 정교해야 한다. 현장 설치 때 생기는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존 공간을 3D로 스캔하고, 전체 데이터값을 수치화해 공장 제작을 한 뒤 현장에서 조립했다.”(이정훈 건축가)
- 그는 이 과정을 가리켜 "첨단 디지털 기반 작업과 정교한 수공예 기술을 융합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하며 "이 설치물이 거대한 해시계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해시계는) 해가 움직일 때마다 파이프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다. 잠깐만 앉아도 시간에 따라서 빛과 그림자가 속 변화하는 것을 보며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풍경뿐만 아니라 빛과 그림자, 바람을 같이 느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이정훈 건축가)
- 미술관은 다른 후보작 4팀(김이홍, 박수정 & 심희준, 박희찬, 이석우)의 옥상정원 제안작도 미술관 유튜브 채널과 옥상정원 입구에 마련한 아카이브 영상을 통해 공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