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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 최샛별, 김수정(동녘, 2022)

이장훈
이장훈
- 7분 걸림 -

90년대 초반까지 비디오를 빌려보면 본편 시작 전에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는 말과 함께 공익 광고가 나왔다. 지금도 이 대사와 음악이 어른거릴 정도로 임팩트가 큰 영상이었다. 2011년에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게임중독자들의 폭력성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PC방에 가서 갑자기 전원을 내렸을 때 어떤 반응들이 나오는지에 대한 황당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모두 예술이 인간의 삶과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례다. 예술에는 위계가 있다고 믿는 데에서 출발한 인식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은 태교에 좋고, 락이나 헤비메탈 같은 대중음악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템포의 속도 차이일 뿐 클래식이니 태교에 무조건 좋고, 헤비메탈은 대중음악이니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대중음악 중에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음악은 매우 많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예술을 둘러싼 여러 관점과 해석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주는 예술사회학 책이다. 기존 예술사회학 관련 책은 외국의 전공서를 번역하여 우리에게 낯선 사례가 많거나 전공 이론을 학술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이론을 ‘이론적’으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어 이론과 실제를 모두 담는 데 성공한 책이다.

책에서는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와 다큐멘터리 <행복한 교도소>를 비교하며 소개하기도 하였다. 2004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는 주제부터 세부 표현까지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상기시켜주는 애니메이션으로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본 아이들이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에게 니모처럼 자유를 주기 위해 변기에 버리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꼭 피비린내가 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지 않은 행위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반대의 사례도 있다. 댄스 음악이 아이들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행복한 교도소>는 이에 대한 생각이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고민을 안겨준다. <행복한 교도소>는 필리핀 세부에 있는 교도소의 재소자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재소자들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싸이의 <강남 스타일>, 빅뱅의 <거짓말>을 소재로 단체로 춤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공연 이후 교도소의 재범율과 재수감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재소자들 스스로 “행복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쉽게 답하기 어려운 고민 중에 하나는 예술이 스스로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물론 아니라며, 제작 당시의 사회문화적 영향과 역사성 등 다양한 요소가 결정한다고 쉽게 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명품은 제반 요소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보더라도 ‘정말 아름답다’는 감탄을 절로 이끌어낼 때가 있어 고민을 안할 수 없게 해준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이러한 의문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해준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2007년 어느날 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와 연주를 했다. 그는 공식 콘서트를 열 때 최하 13만원부터 시작하는 티켓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음악가였다. 그러나 지하철역에서 6곡의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그가 받은 돈은 전부 32달러였다고 한다. 이때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약 40억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이처럼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고민을 적합한 이론과 익숙한 사례를 통해 해결해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예술을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련 이론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예술의 생산과 소비 속에서 예술이 예술성을 획득해가는 과정도 배울 수 있다. 어떤 학문이건 이론과 방법론 소개에 천착한 책은 대중과 유리될 수밖에 없고 결국 학문의 생명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백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전공 서적이 개론서로서 독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특히 미술과 문화현상에 대해 해석하고 조금 더 대중과의 접점을 살릴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을 읽으며 타진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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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