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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헨드릭 빌럼 판론, 이철범 역(동서문화사, 2022)

이장훈
이장훈
- 6분 걸림 -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습관 중에 하나가 책을 서점에 가서 구매하는 일이다. 변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변하기 싫다에 가깝다.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긴 했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책 본문을 살펴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이제는 나도 서점에서 들고 오기 무거운 책이나 분명 사야하는 책이지만 교보문고 매장에 없을 때는 온라인 주문을 한다. 이 외에는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아래 사진처럼 서고 위치까지 보이게끔 캡쳐를 해놨다가 다음 방문할 때 본문을 보며 최종 구매할지 말지를 판단한 후에 사온다.

책을 살펴볼 때 판단의 기준은 분야별로 다르다. 미술사 책의 경우는 미술사학자의 신간이고 내 전공에 도움이 되면 별 고민없이 산다. 하지만 개설서나 대중서의 경우는 조금 더 신중하게 보는 편이다. 특히 처음 보는 저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오류도 많고 이미 널리 알려진 학설을 보기 좋게 편집해서 간행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서양미술사 책을 낸 외국인 저자도 같은 검증이 필요하다. 서양미술사, 서양사가 인기가 높다 보니 출판사에서 외국 저서를 번역해서 보기 좋게 디자인한 후에 출간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 저자의 학계 기여도, 연구 경력 등을 보면 이런 책도 번역하나 싶을 때가 가끔 있다.

몇 년 전에는 꼭 읽어야 하는 고전인 것처럼 포장해서 낸 서양사 책을 한 권 샀다가 낚였다는 생각에 불쾌했던 적이 있다. 학부 수업 내용을 정리한 책이어서 고전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100년 전 원고여서 최신 연구성과 역시 기대할 수 없었다. 나중에 출판사 대표의 인터뷰를 보니 비용절감 차원에서 저작권이 만료된 원고를 갖고 만든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만의 검열 작업은 더욱 강도가 높아졌다.

며칠 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둘러보다가 우연히 『예술의 역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학부생일 때 『세계 예술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이 개정돼서 다시 출간된 것이었다. 북클럽에서 읽을만한 예술사 책이 없어 고민하던 참이었다. ‘진짜 고전’으로 넘어가기 전 징검다리용으로 사람들이 예술사에 흥미를 가질 정도의 책이 필요했다. 전시대를 아우르는 미술사 개설서도 원로 학자 아니고서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음악, 연극까지 포함한 예술사 책은 더욱 귀하다.

『예술의 역사』는 헨드릭 빌럼 판론(1882-1944)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책이다. 기자, 작가로도 활동한 인물인데 그의 생몰년을 보고 이전의 실수가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책 내용이 어떠한가를 살펴봤다. 이럴 때는 어지간한 책에는 나오지 않는 학설을 담고 있는지(뻔한 내용이 아닌지), 아니면 시대의 예술 경향을 설명하는 것이 섬세하고 상식선에서 풀이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면 읽기에 좋은 책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즉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은 이러하고, 바로크는 반대다는 식으로 수학 공식처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보는 것이다.

예술은 문화의 한 종류이고 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활동이라는 큰 범주에서 예술을 읽어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의 역사』는 책 전반에서 ‘사람이 한 일’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총 63장으로 챕터가 많은 편인데도 연결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세부적으로 챕터를 구분해놔서 찾아 읽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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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로코코 양식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 분명한데도 이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결코 주지 않는다. 그것이 국민의 생활 철학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p.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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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 시대는 그 자체가 감상적이고 깊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상적이고 깊이가 없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얽혀 있고 그 장점과 단점이 잘 어울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p. 525)

프랑스 바로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루이 14세 때의 베르사유 궁전과 오페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제목이 왜 야경이 되었는지, 이 작품을 그린 후에 렘브란트가 왜 망했는지에 대해서 역시 다른 개설서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예술의 역사』는 중요한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아 한정된 지면임에도 시대별 예술사조의 이해를 위한 가이드를 충실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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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디렉터. 대학원에서 미술사(동아시아회화교류사)를 전공하고,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 프로젝트 매니저로 미술계 현장에서 10년간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찾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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